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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Bucket List

by 구경거리 2012. 1. 2.

* 일렉기타로 캐논 연주하기 
일렉기타로 연주되는 케논 락버전을 지겹게 듣고 다닌다.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연주할 곡이기 때문이다. 들을때 마다 소름이 돋는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 소설쓰기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들은 모두 자위를 하냐고,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고.
남자들은 모두 자위를 한다고, 이상형의 여자를 생각하거나 여자친구를 생각하면서, 라고 남자는 대답한다.
여자가 말한다. 다음에 자위할 때 내 생각을 해달라고.
남자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대답한다.

3류 소설이 아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대문호의 대표작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극적이고 놀라만한 장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등장인물들이 더럽다거나 변태 같다거나 하는 거부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젊은 날의 추억을 담은 빛바랜 사진 한장을 대하는 그런 느낌이였다. 적어도 내가 그 부분을 읽을 땐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친구집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된 친구의 일기장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보게되었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제일 먼저 하게 될 것 같은가? 나 같으면 '이거 변태아냐!' 뭐 이런생각 부터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친한 친구라면 변태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째든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임은 분명하다. 어쩌면 그 일 이후로 그 친구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뭐가 다른 걸까?

소설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거부감 같은 것이 왜 친구의 일기장에서는 느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일까? 친구의 일기장은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소설이라서? 소설이고 영화라서 더 관대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왠지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무엇일까? 같은 내용을 다르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그 것. 그것은... 나는

작가라는 존재가 그 이유라고 결론 지었다.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이 아무리 난잡한 행동을 해도,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해도, 그 인물이 그럴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숨겨진 이유와 그 때 까지 그 또는 그녀가 겪어야만 했던 내적 갈등의 과정이 작가에 의해서 한줌의 누락 없이 지면위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설명되어진다. 그래서 독자인 우리는 그 인물을  나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친구의 일기장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설명해줄 사람이 없다. 그 친구 본인 이외에는.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변호하고 설명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구차하고 핑계를 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누구나 살다보면 그런 순간에 자신을 대신하여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줄 제3의 존재가 절실해 질 때가 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자니 너무 구차하고 그렇다고 그냥 감당 하자니 타인의 의식속에서 무너져 버리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하고 또 억울 하고. 제3자의 객관적 관점에서, 구차하지 않게, 내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내가 겪어야만 했던 갈등을, 내가 감당해야 했던 상처를, 그런 나를, 나의 진심을, 잘 설명해 주고 타인들로 부터 그들의 이해를 구해 줄 그 누구가 간절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나 만을 위한 그런 작가가 따로 있을리 없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나 자신에 대해서는 구차하다 하여 포기하고 넘어간 많은 '변명'들이 있지만 내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적어도 그 소설의 등장 인물에 대해서 만큼은 그런 변명과 핑계를 그들을 대신하여 내가 설명해 주고 이해를 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문제 투성이의 사회 부적응자들 이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세상을 향해 설명할 것이 많을 것이니까.

* 깨달음...
이런 저럼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저런 사람들이 쓴 글들을 듣고 읽다 보면 살면서 뭔가 번쩍하는 순간에 대한 내용을 접할 때가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첫눈에 알아 봤다거나, 수십년동안 모르고 살아왔던 인생의 지혜와 마주치게 되었다는 내용들 말이다. 번쩍 거리는 섬광 또는 강렬한 후광과 함께. 아무튼 어떤 특별한 찰나를 묘사하는 그런 것들과 함께.
난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그런 찰나가 나에게도 한 번 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건 버킷 리스트에 어울리지 않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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