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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애매한 노을빛 하늘

by 구경거리 2012. 1. 4.

지금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1시방향에 창이 하나 있다. 내 시야 내에서만 보자면 밖의 풍경을 전해주는 유일한 창이다. 그 풍경이라는 것이 입이 떡- 하고 벌어지는 홍콩의 야경이나, 입을 떡- 하고 벌리게 만드는 그랜드 캐넌 같은 그런 류의 것이 주는 감탄 내지는 놀라움 또는 장엄함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저 날씨에 따라 가끔씩 색을 달리하는 서울의 매연 가득한 하늘, 그것도 한조각만을 간신히 보여줄 뿐이다. 풍경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표현이 너무 아깝다 생각하면서도 또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다. 그냥 풍경이라 하기로 하자. 아무튼 하늘을 향해 그렇게 입을 떡- 하고 벌리고 있는 창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 입으로 들어오는  하늘빛이 영 마뜩지 않다. 저런 색을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다. 노을빛이라고 하기에는 잿빛에 가깝고 잿빛 치고는 너무 벌겋다. 오래된 주유소 마당 군데군데 고인 빗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름띠의 색깔과 닮았다. 노을빛이긴 한데 너무 오래되어 빛이 바래고 때가 탄, 꾸밈이라고는 처음부터 모르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틀림없이 그렇게 살아갈 시골 아주머니의 치마색을 닮았다 싶기도 하다. 어째든 수고가 많다. 매연 가득한 서울 하늘 그것도 한 조각뿐인 하늘빛의 색을 정하려 벌써 30분째 발버둥이지만 도무지 정할 수 없가 없다. 아무튼 오늘은

하늘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이다 싶으면서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것이다 싶은 순간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싶은 그런 애매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건 이것이고 저건 저것이어야 편하고 좋은데,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항상 부족하거나 과해서 매번 고민하게 만드는 세상 일을 닮은 것이 싫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이나 확실하게 지껄일 것이지 교양이니 매너이니 하는 것들로 애매모호하게 가공한 말들을 쏟아내는 인간들을 닮아서 싫다. 자신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으려 알맹이는 쏙 빼고 겉절이 몇 가지만 간신히 털어놓으면서 상대에 대해서는 할 수만 있다면 밑바닥까지 다 들추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인간들의 비겁한 욕심과 오만함을 닮아서 싫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뭐 어쩌자는 것은 아니고 그냥 오늘 따라 하늘빛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뿐. 어떤 심오한 사색과 고백을 쓰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오늘은

하늘빛이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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