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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금단현상

by 구경거리 2012. 1. 9.
몸이 떨림을 느낀다. 심박동수는 지극히 정상이다.  가슴에 통증 같은 것도 없다. 다만 몸이 떨림을 느낄 뿐이다.
언제부터이지? 

기억에 의하면 작년부터 인것 같은데, 그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라 생각했고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랬다. 그래서 신경증이라 여겼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얻어주운 지식으로는 제일 유사한 증상이 심장신경증이다. 발생 원인 부터 자각증상까지 모두가 일치했다. 그런데 지금은 심장신경증의 원인이 될만한 심리적인 이유가 없다. 혹 갑상선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 아마 작년 늦가을 즈음 -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리적인 이유도 없고 갑상선도 정상이고. 그러나 몸의 떨림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불안과 초조함같기도 하고 큰일을 목전에 두고 일어나는 긴장 같기도 하고 어울리지는 않지만 설레임 같기도 한데 문제는 이 증상 때문인지 하여튼 뭐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한 장소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감옥에 갇혀 있는 듯 특별한 인내를 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는 당장이라도 어디든 뛰쳐 나가고 싶은 욕구가 나를 꿀꺽 삼켜버릴 것만 같다.
왜 이럴까? 하는 생각에 불현듯 혹시 금단현상? 그러보니 술 한잔 하면 아주 많이 편안해진다. 그렇다고 이것이 진짜 금단현상이라고 하기에는... 술 마신지가 지난주 금요일이니까, 이제 겨우 3일 지났는데 벌써 금단현상? 술 마시고 다닌적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벌써 십수년을 마셔온 술인데 왜 지금에 와서 갑자기. 근래들어 술을 미친듯이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십수년이라는 기간 중에는 지금처럼 미친듯이 마신적이 분명 여러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때는 멀쩡하다 왜 지금에 와서 갑자기. 어째든 지금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편안해 질 것 같긴하다. 몸의 떨림이 분명하고 선명하게 느껴지듯, 술이 이를 가라 앉힐 수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뭐냐면

금단현상 맞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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