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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옛날 옛적에...

by 구경거리 2011. 12. 2.
몇일전인가? 몇주전인가?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별 관심없이 지나간 일.
내 블로그 유입경로를 무심코 보던 중, 
누군가 'kysee' 라는 단어로 검색한 결과의 링크를 타고 들어왔다.

kysee...

영어사전에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 구닥다리 PC통신 시절부터 나의 ID는 무조건 kysee 였다.
사전에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니 중복될 염려도 없고, 
나만 사용하는, 내가 만들어낸 단어이니 나름 의미도 있고,
그래서 아직까지 이것을 아이디로 사용한다.

아, 중복된 적이 한번 있었다. 
누군가 이 아이디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kysee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게된 이유를 묻는 메일을 보냈고,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자신의 전공인 영어교육의 약자 ee를 붙인 것이라는 답메일을 받았다.
당시 청주대 영어교육학과를 다니고 있던 여학생이 주인공이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학생은 아니였던것 같다.
그 이후 kysee 라는 아이디가 중복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오늘 갑자기, 궁금해졌다.
누가 kysee 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눌렀을까...???

소식이 끊긴 오래된 친구?
친구들은 kysee 라는 아이디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학교 후배?
가능성 있다.
후배들이 기억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 아이디에 대하여 설명한 것을 나는 기억한다.

'누구' 에 대한 문제만큼 궁금한 것이 '무엇이 나올까?' 였다.
그 단어로 검색을 하면 어떤 정보들이 나올까?

그래서 나도 검색창에 kysee를 입력하고 검색버튼을 눌렀봤다.
그리고 화면에 결과 목록이 나타난다...
나와 상관 없는 정보들 사이에 나에 대한 정보들.
나도 잊고 있었던 나의 흔적들이 내 눈앞에 올려진다.
저것은 분명 내가 쓴 글이다.
그 아래 것은 분명 누군가 나에게 쓴 글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나와 주변이 소통하고 교감했던 감정들이 분명 담겨져 있다.
그것들은 분명 나의 흔적들이였고, 나의 과거였다. 

느껴본 적은 없지만, 오래전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마주한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라 생각했다.
또는 과거로 부터 아주 먼길을 돌아 '지금'에서야 도착한,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편지 한통을 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 때의 내 기억들, 내 모습들,  내 주변의 사람들, 그들에 대한 또 한편의 기억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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