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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오래된 것이 좋다!?

by 구경거리 2011. 11. 28.

한동안 블로그의 글들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한 적이 있다.
블로그에 그리 큰 기대를 갖고 한 고민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주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을 모아 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 부턴가 중지 되고 말았다.
아마도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하면서 부터인것 같다.
이사하면서 글을 옮기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순서도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태그도 깨지고....
몇번 시도하다가 결국 글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옮기는데...
내가 갑자기 잉여인간이 된 듯한 기분... 그만 두었다.

결국 지금 이 블로그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

이사를 하게 되면,
항상 버려지는 것이 생긴다.
잃어버리는 것도 생기고.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 볼까 싶지만,
처음 그때 만큼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잃어버린 글들을 복구하자니... 너무 귀찮고.
복구 없이 다시 시작하자니... 이미 흠집난 '책방'을 다시 돌아보기는 싫고.

내가 읽은 모든 책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기준에 빗대어 보면,
이사 도중 유실된 글들은 확실히 큰 '흠집'인 것이다.
그 흠집을 복구 할 수 있으면, 그래서 다시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상태가 되면,
다시 열심히 시작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복구한다는 것이 녹녹하지가 않다.
그래서 그냥 흠집난 상태로 지금까지 온 것이고,
이미 흠집이 난 블로그의 '책방'은 다시 돌아보기 싫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방학숙제로 일기를 하루하루 빼먹지 않고 잘 쓰다가도,
몇일 빠뜨리게 되면, 그 후에 다시 쓰려해도 쓰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게 흠집이 나고 상처난 '헌것'은 버려지고 잊혀지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흠집이라고 할 만한 것 없이 오래 유지된 관계가 좋은 것이지,
이런 흠집 저런 흠집 다 간직하고 있는 관계란... 글쎄...

그냥 망각속으로 버려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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