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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책방

[책] 1Q84-2 <7월-9월>

by 구경거리 2010. 10. 30.
1Q84.27월-9월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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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으면서 가졌던 수많은 의문들...

마지막 장을 읽고 난 후 에도 그 의문들은 여전히 머리 속을 떠 다닌다.

그러나 불쾌하지는 않다.

 

만약 이 책이 추리소설이였다면, 응당 그 의문들은 해소가 되었었야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의문들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독자들을 위해 배려한 '공백' 처럼 느껴진다.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애초 부터 독자의 몫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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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덴고, 현대인이 갖는 무력함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적당한 양의 일, 적당한 돈벌이, 그리고 적당한 육체적 쾌락...

그 이상의 것은 원하지도 필요치도 않다고 하는 덴고의 모습에서

욕심없는 소박함 보다는 ... 왠지 모를 무기력함이 느껴진다.

그 이상의 꿈이나 이상은 없다. 무엇을 잘하고자 하는 열정 같은 것도 없다.

그냥 모든 것이 적당하기만 하면된다.

그냥 '적당한 ...' 만 갖추어지면 한 인생 그렇게 조용히 살다 가련다... 라는 식의 무력감 말이다.

 

덴고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적당한 양의 일거리 (학원강의와 글쓰기),

큰 액수는 아니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보수,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육체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연상의 연인.

 

구태여 복작한 일에는 관여하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고 덴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생각과 바램에도 불구하고,

덴고는 무엇엔가 이끌리듯, '후카에리'를 만나게 되고,

또 그녀의 소설 공기번데기 리라이팅 작업을 하기에 이른다.

 

후카에리...

순수한 영혼의 실재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선과 악, 인간의 의식이 존재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을 법한,

그래서 그 어떤 개념으로도 정의 내릴 수 없는,

그냥 그런 것이 있다는 존재감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절대순수의 영혼 같은 것.

 

아오마메가 '선구'의 리더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상황에서,

리더가 아오마메에게 '리틀피플'에 대하여 설명하는 내용과 비슷하다.

리틀피플에 대한 묘사가 후카에리를 연상케 한다.

리더의 설명속에서 자신의 딸 후카에리는 덴고와 함게 반리틀피플적인 어떤 존재로서 언급된다.

그렇다면 리틀피플과 후카에리는 그 본질적 수준에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덴고와 후카에리와의 만남 그리고 공기번데기 리라이팅 작업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덴고의 인생에 낯선 '열정' 과 적잖은 '소란'을 가져온다.

 

연상의 걸프렌드의 '상실'.

'절대 순수 영혼'의 후카에리와의 '다의적 교접'.

그 후 하늘에 뜬 두 개의 달.

그리고 어린시절 첫사랑을 찾겠다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열의, 결심.

왜 지금까지 찾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

 

리틀피플 또는 리틀피플 적인 것이란...?

많은 평 들에서 이것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 의 '빅 브라더'에 비유된다.

덴고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현대인이 짐처럼 갖고 사는, '무기력함'을 야기시키는 또는 무기력한 존재이게 하는 어떤 것.

 

상상력이 현실감각에 의하여 그 어떤 제한도 받지 않는, 어른이 되기 이전 시기,

누구나 한번쯤은 다소 황당하기 까지한 꿈과 이상을 마음속에 품어본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이것은 점차 '상실'되어간다.

그 '상실'로 인해 생긴 '공백'은 현실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다른 어떤 것들로 메워지게 된다.

(어린시절 조차도 그런 꿈을 가질 수 없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그것은 애초 부터 그들의 상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애초 부터 그들의 인격 자체가 현실적이기 때문도 아니다.

더 이상 그런 꿈과 이상만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감각으로 중무장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도록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이 바로 '리틀피플' 또는 '리틀피플 적인 어떤것'이 아닐까...

 

리틀피플 vs. 반리틀피플 적인 존재,

1984 vs. 1Q84,

순수에 대한 이상과 동경 vs. '지금'을 규정하는 수많은 현실적 요소들.

 

어떤 것이 진짜 나를 규정하는가.

진짜 나를 규정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 할 수 있을까?

그 사이의 경계는 어디 즈음일까? 균형점은?

 

덴고 역시 그런 '리틀피플의 억누름'속에서 적당한 인생을 살아가는 수 많은 '우리'들 중에 하나였다.

유년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

그러나 그 기억은 아주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 '갇혀' 있었어야만 했다. 리틀피플에 의해서...

 

그런 덴고에게 절대 순수의 존재 후카에리가 나타난다.

천둥과 비바람으로 시끄럽던 어느날,

리틀피플의 격렬한 저항이 있던 그 날,

덴고는 절대 순수의 존재 후카에리와 '다의적 교접'을 이루게 되고,

그 후 덴고가 사는 세상의 달은 두개가 된다.

그리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첫사랑을 찾아 나서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그 다짐이 있던 그날, 덴고의 첫사랑 아오마메는 도쿄의 수도고속도로 위에서 '상실' 된다.

 

그러나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덴고가 다시 쓰는 소설이라면?

즉, 소설속의 소설이라면....

덴고가 사는 세상 어딘가에는 아오마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것이며,

언젠가는 아오마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 해도 좋지 않을까?

 

너무 많은 공백들이 남겨져

아무런 제약없이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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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1984년의 세계를 사는 덴고와 등장인물들과의 관계,

2009년의 세계에 사는 나와 내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묘하다. ^^ 

 

덴고 연인, 연상의 걸프렌드, 그리고 그녀의 '상실'

나 역시 얼마 전까지 '연상의 여자친구'를 만났었다. (물론 유부녀는 아니였음 ^^)

그리고 올해 초 나에게서 그녀는 '상실'되었다.

 

 

동갑내기 첫사랑의 기억.

덴고와 아오마메는 초등학교 3,4학년 같은 반이였다.

아오마메가 전학가면서 그 뒤로 영영 만나지 못한다.

 

나의 첫사랑은 초등학교 5,6학년 같은 반 동갑내기 친구.

나의 경우, 내가 전학가면서 그 뒤로 지금까지 소식을 모른다.

내가 전학가던 날,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던 담임 선생님은

그 여자아이와 '특별히' 작별인사하도록 해주었다.

'악수라도 한번 해...'

그리고 그 여자아이는 '내 손을 잡았다'.

 

'소설 공기번데기' 와 함께 덴고 앞에 나타난 후카에리.

덴고는 29살, 후카에리는 17살 ... 12살 차이다.

 

'소설 1Q84' 를 나에게 선물한 사람...

나와 그 친구의 나이차는 ... 딱 ... 12살.

 

의미를 부여하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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