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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현실정치와 트위터 정치 - 트위터 대통령? 트위터 국회?

by 구경거리 2011. 1. 17.
대한민국의 현실정치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공화국'이 트위터에 생겼다.
초등학생들 '심시티' 게임 베틀이냐고? 아니다.
어제까지 '트위터공화국'으로 불리우던 트위터의 한 모임이다.
지금한창 '대통령'선거가 진행중이며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몇몇 광역단체장은 이미 선거가 끝난 듯 하다.

그런데 이걸 보는 다른 트위터리안들의 시선이 별로 곱지않다.
곱지않은 시선에 대한 이 '공화국'의 반응은 ... 
짧게요약하면 '좋은 취지로 출발한 것이다.' 이다.

그러나 세상에 나쁜 취지가 있을까?
마음먹고 나쁜짓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게 욕먹고 있는 '현실정치'에서의 정당, 정치인들도 모두 취지는 '좋다'.

문제는 그 좋은 취지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하는 과정의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에 따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없고가 결정나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취지'가좋다고 해서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취지'에 대한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좋은 취지인거 인정하고 싶다.)

이 '공화국' 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보자면...
현실정치의 변화를 바란다면서, 현실정치의 틀을 그대로 카피하였다. 
국회 상임위도 있다. 
사법부도 만들자는 의견도 보인다. 
그래서 행정부와 국회가 처리못하는 걸 사법부에 판결을 맞기자는 의견이다. 
대통령은 조만간 뽑힐 것 같다. 
선관위도 있어서 후보자는 후보등록서류도 제출해야한다.
공탁금이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없길 바란다)

'집단지성'을 모아 현실정치를 바꿔나가고자 한다면서, 저런 장치와 제도는 다 뭔가!!!
집단지성이 모이고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인터넷에 연결된 PC앞에만 서면 자동으로 되는줄 생각하는건가?

그 와는 정반대로 인터넷의 집단지성은 현실의 제도와 갖가지 장애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어떤 결론도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이루어 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현실세계의 결론 같은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의 집단지성이 모아지는 과정은 현실의 '의결'과정과 그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못하면 몇몇 당사자가 아무리 외쳐도 주제 자체가 묻혀버린다. (이런거 보면 냉정하긴하다.)
한사람의 미약한 목소리라 할지라도 그것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게되면 이 주제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하고, 급기야 많은 이의 행동까지도 끌어내게 된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결과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마치 생물의 진화의 과정과 닮았다. 
무수한 변이의 출현과 자연적응의과정 그리고 퇴보와 진화...
무수한 담론의 생성과 회자의 과정...  그리고 묻힘과 공감의 형성... 

이런 과정을 현실정치의 틀을 가져와 집단지성을 모으겠다고? 
그리고 그것으로 현실정치의 변화를 이루겠다고?
행정부와 국회를 만들고, 상임위를 만들고, 대통령을 뽑고 견제 장치로 사법부를 만들고...
상임위에 상정하고, 국회에서 의결하고...판단이 필요한 문제는 사법부로 넘기고?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한결 같을 수 있겠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탄핵이 있을 법도 한데,
(인터넷은 더 쉽게 이런 일도 이루어질 수 있다.)
그거 심리,심판하려면 헌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집단지성을 모아내는 과정을 이런 현실정치의 틀에 담겠다는 것인가?
이건 내가 인터넷에서 본 최고의 넌센스다.

단지 형식일 뿐인데, 너무 형식만 보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진정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것은 바로 지금 대통령 뽑기에 열중인 그 '공화국'이다.
앞으로 활동계획이나 이런건 전혀없다.
다만 '좋은취지'만 있을뿐이다.
그런데 선거과정은 가히 현실의 선거과정 뺨친다.
선관위설치, 후보자등록약식, 그리고 서류의작성과 제출, 공지, 투표, 당선확정...
이 '공화국'이 현실정치의 변화를 추구하는 진지한 모임보다는
심시티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이다.  

그냥 이건 문화적 이벤트일 뿐?
그렇다면 '단지' 이벤트일 뿐인걸 가지고 왜 이렇게 까지 스스로 거부감을 사는지...
'집단지성'을 모으겠다면서 왜 이런 '사소한 이벤트'를 가지고 많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쌓게 하는지...
이 또한 만만치 않은 넌센스다.

그냥 몇몇 사람들끼리 국회의원하고 상임위원장하고 대통령하는 것에 왜 시비냐는 반론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냥 그 사람들 끼리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트위터 사용자 중 한사람인 나를 불편하게 하나보다.
'트위터 대통령', '트위터 경기도지사', '트위터 광역단체장'...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현실정치에서의 활동까지도 자신들의 목표 활동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 '공화국'의 어느 국회의원이 
현실의 어느 일간지에 소개되면서... 
'트위터 국회의원 XXX 는 ...... 이렇게 주장했다.'
라는 기사가 나온다면... 저것이 어떻게 인지될까?

스스로는 대표를 자처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내용의 전달은 청자의 몫이 아니라 화자의 몫이다."

용어 선택의 오류는 그 '공화국'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되고 있나보다.
그래서 오늘 보니 이름을 바꾸었다. '희망공화국' 이라고...
그래도 여전히 대통령 뽑기는 진행중이며,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여전히 존재한다.

'희망공화국'의 '대통령과 국회'가 하나의 생물과도 같은 '집단지성'을 어떻게 키울수 있을지...
그런 현실정치의 틀이 장애물이나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이런 건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남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그 '공화국'의 어느 한분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튀니지 혁명의 주역은 트위터/페북 이였다라는 
내용의 말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튀니지에 이런 '공화국'이 자리를 잡았다면 아마 혁명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