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짜 생각

'믿음' 이란 ...

by 구경거리 2010. 12. 2.
 

나와 같은 대부분의 비종교인들은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믿음' 에 대해 많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종교적 믿음에서 흔히 나타나는

믿음의 '무조건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무조건성은 '강요적'인 성격과 그 맥을 같이 하기에,

비종교인들에게는 쉽게 수용되지 못하고,

대부분의 경우 '증명'이라는 벽과 직면하게 된다.

 

정리하면, 그 무조건적인 (그래서 강요되는 듯한) 믿음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종교적 믿음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문제의 본질이

믿음 그 자체가 아니라,

믿음에 대한 요구와, 믿을 수 있기 위한 증거의 확보 라는

두가지 사안 사이의 선후차성 문제 처럼 보여진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비종교인들은

증거의 확보가 전제 되어야만 믿을 수 있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증명되면 믿을 수 있다!'

한마디로, 조건부 믿음인 것이다.

 

그런데 종교를 벗어난,

일상의 어떤 부분 또는 어떤 대상에 대해서는

종교인, 비종교인 구분없이 종교의 그것과 비슷한 믿음의 '무조건성'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흔하게 있다.

더러는 그 믿음을 주위에 전파 또는 '강요'하기도 한다.

미래의 희망에 대한 믿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믿음...

종교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이루어지는 이러한 현상 또는 행위들을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말로 대신해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정부가 자신들의 통치이념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국민 통합을 힘주어 강조 또 강조 한다.

그리고 거기에 또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 저마다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에 대한 확고한 믿음, 신념을 갖자고 요구한다.

 

이외에도 종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우리 생활 주변에는

이런 믿음과 확신, 그리고 열정을 주문하는 다양한 '집단'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 간다.

 

이처럼 비종교적 영역에서,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믿음에는

그 어떤 객관적 증명과 증거가 요구될까?

 

물론 그것의 합리성과 가능성등을 점치는 수많은 수치들이 함께 제시된다.

그러나 그 역시 어디까지나 '예측'이고 가능성에 대한 '통계'일뿐,

과학 법칙의 증명 그것과는 여전히 다르다.

 

고난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강한 믿음을 가진자에게

그 믿음에 대한 객과적 '증거'가 있을까?

스톡데일 패러독스로 유명한 스톡데일 장군,

그는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절망스러웠던 포로수용소 시절, 희망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킬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절대적 신뢰, 거기에 어떤 조건부가 있을 수 있을까?

아니 이러한 종류의 '믿음'에 증거 또는 증명과 같은 조건부적인 성격이 존재했었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이 믿음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렇다면,

무조건성에 대하여 '증명'이 요구되는 믿음과

그 무조건성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인정되는 믿음,

그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믿겨지길 원하는 것'과, '믿고자 하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믿겨지길 원하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증명이 필요하게 되지만,

믿고자 하여 믿는 것이라면 거기에 증명은 필요없다.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만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진정한 믿음이란 그 자체로 '증명'을 필요치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증명'이라는 것과는 그 어떤 함수관계도 가질 수 없는,

전혀 다른 범주의 의미일 지도 모른다.

 

믿음이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실현의 대상이다.

믿겨지길 원하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알고자하는 '호기심'이며, 그 결과를 '인지'하는 과정일 뿐이다.

무엇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열망은,

이미 그 자체로 믿음이며 신념이다.

 

믿음이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이다.

무엇을 믿고자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다는 것은,

하나님의 메세지를 이 세상에서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희망에 대한 믿음은,

그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 것이며,

이는 희망대로 현실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같은 것이다.

 

믿음이란 증명에 의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이다.

무엇을 믿고자 하는가...

그것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며,

이에 대한 답은 각자 자신의 '선택'이다.

 

그래서,

무엇을 믿는다는 것은 ...

무엇이 믿겨지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믿고자 하는 것이며,

이루어야 할 목표를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