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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생각

빈소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by 구경거리 2011. 9. 16.
그제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날아들었다.
당일 날 간다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나는 약속이 있어서 다음날 집을 나서는 길에 찾아뵙기로 했다.

어제 아침 찾은 빈소는 생각보다는 많이 편안한(?) 느낌이였다.
'망자께서 편안한 죽음을 맞으셨구나...'
입 밖으로 꺼내어 묻지는 않았지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흔을 넘기신 어머님께서 천수를 다 누리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다.

갑자기 몇달 전 후배 어머님의 빈소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관광'까지 다녀오시고 나서는,
소화가 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 
췌장암 4기.
그로부터 47일,
어머님은 너무 급히 세상을 떠나셨다.

망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찾는 이 마다 터져 나오는 오열로 가득했던 빈소가 떠올랐다.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분의 장례식장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진 것이 
그날 이전에는 기억에 없는 듯 하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일 것이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
가족들은, 친구들은, 망자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그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미리미리 알았더라면 조금이나마 수월 했을 터인데...

겪어야할 고통에 정해진 총량이 있다면,
그것을 일시불로 한꺼번에 견디어야 하느냐,  
아니면 할부로 나누어 감당하느냐의 차이겠지.

처음부터 알고 차근차근 꾸준히 잘 치료한 상처와
마지막 까지 모르다 뒤 늦게 치료하려 애쓴 상처는
언젠가는 모두 아물겠지만 남겨진 흉터는 제법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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