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노을빛 하늘 지금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1시방향에 창이 하나 있다. 내 시야 내에서만 보자면 밖의 풍경을 전해주는 유일한 창이다. 그 풍경이라는 것이 입이 떡- 하고 벌어지는 홍콩의 야경이나, 입을 떡- 하고 벌리게 만드는 그랜드 캐넌 같은 그런 류의 것이 주는 감탄 내지는 놀라움 또는 장엄함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저 날씨에 따라 가끔씩 색을 달리하는 서울의 매연 가득한 하늘, 그것도 한조각만을 간신히 보여줄 뿐이다. 풍경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표현이 너무 아깝다 생각하면서도 또 아니라고 하기에는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다. 그냥 풍경이라 하기로 하자. 아무튼 하늘을 향해 그렇게 입을 떡- 하고 벌리고 있는 창이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 입으로 들어오는 하늘빛이 영 마뜩지 않다. 저런 색을 뭐라고 해야 .. 2012. 1. 4. Bucket List * 일렉기타로 캐논 연주하기 일렉기타로 연주되는 케논 락버전을 지겹게 듣고 다닌다.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연주할 곡이기 때문이다. 들을때 마다 소름이 돋는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 소설쓰기 여자가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들은 모두 자위를 하냐고,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냐고. 남자들은 모두 자위를 한다고, 이상형의 여자를 생각하거나 여자친구를 생각하면서, 라고 남자는 대답한다. 여자가 말한다. 다음에 자위할 때 내 생각을 해달라고. 남자는 그렇게 해보겠다고 대답한다. 3류 소설이 아니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대문호의 대표작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극적이고 놀라만한 장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등장인물들이 더럽다거나 변태 같다거나 하는 거부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 2012. 1. 2. ... 그냥 이렇게 넘어가가도 되는 건지. 아니면, 어떤 형식이든 매듭을 짓고 가야 하는 것인지.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넘기기에는 아무일도 없던 것으로 넘길 수 없는 순간들이 불편하고, 그 아무일에 대하여 해명하려 하니 상대는 묵묵부답이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겠다. 묵묵부답. 이거 당해보니 할 짓이 못된다는 것을 알것도 같다. 꺼내지 말아야할 비밀과 외면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확실히 불편하다. 죄를 지은 기분과도 비슷하고, 뒤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기분과도 비슷하다. 비밀은 언제든 곤혹스러운 상황을 야기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속 한 귀퉁이에 조용히 자리잡게 되는 그런 가정된 상황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몸과 마음을 불필요한 긴장.. 2011. 12. 12. 옛날 옛적에... 몇일전인가? 몇주전인가?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별 관심없이 지나간 일. 내 블로그 유입경로를 무심코 보던 중, 누군가 'kysee' 라는 단어로 검색한 결과의 링크를 타고 들어왔다. kysee... 영어사전에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 구닥다리 PC통신 시절부터 나의 ID는 무조건 kysee 였다. 사전에 존재하는 단어가 아니니 중복될 염려도 없고, 나만 사용하는, 내가 만들어낸 단어이니 나름 의미도 있고, 그래서 아직까지 이것을 아이디로 사용한다. 아, 중복된 적이 한번 있었다. 누군가 이 아이디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kysee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게된 이유를 묻는 메일을 보냈고, 자신의 이름 이니셜과 자신의 전공인 영어교육의 약자 ee를 붙인 것이라는 답메일을 받.. 2011. 12. 2. 오래된 것이 좋다!? 한동안 블로그의 글들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한 적이 있다.블로그에 그리 큰 기대를 갖고 한 고민은 아니지만,그래도 뭔가 주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을 모아 보는 것이었다.그러던 것이, 언제 부턴가 중지 되고 말았다.아마도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하면서 부터인것 같다.이사하면서 글을 옮기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순서도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태그도 깨지고....몇번 시도하다가 결국 글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옮기는데... 내가 갑자기 잉여인간이 된 듯한 기분... 그만 두었다.결국 지금 이 블로그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이사를 하게 되면, 항상 버려지는 것이 생긴다.잃어버리는 것도 생기고.지금이라도 다시 시.. 2011. 11. 28. 의식에 고인 세계 집을 나선 시간은 오후 3시가 다 되어서다.점심때가 지났다며 밥 한술 뜨고 가라는 소리를 뒤통수로 튕겨버리듯 그렇게 집을 나섰다.아침 한때 내렸던 비 때문인지 매일 보던 풍경이 매일 보던 풍경 같지 않았다.한동안의 더위가 남겨놓았던 희뿌연 수증기 같은 것들이 깔끔하게 치워져 어디까지든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투명한 날이다.아직 남아 있는, 조금은 음흉스럽게 보이는 비구름에 햇빛 마저 가려져 눈부심도 없다.원근감이 사라진 2차원의 극단적 선명함만 남은 풍경이다.꽤 쌀쌀한 한기를 머금고 있는 공기가코끝에서 시작하여 폐에 이르는 길목의 모든 세포에 깨끗하고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새로운 에너지는 점막을 뚫고 세포막 사이를 건너 몸 전체로 퍼져간다.절기에 맞지 않는 더위로 인해 찜통속 생크림처럼 흐물흐물 녹.. 2011. 11. 6. 버스안에서 문득... 사람들은 항상 옷으로 몸을 가린다. 벌거 벗은 상태로 누구를 만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의 알몸을 보지는 못한다. 앞에 있는 사람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볼 뿐이다. 다만 상대방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의 스타일을 보면서 그 사람의 알몸을 짐작 할 뿐... 간혹 그 사람이 걸친 옷이 그 사람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옷은 그 사람의 몸을 '가린다'. 또 대부분 옷은 자신을 실제 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여러개의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다. 체면의 옷, 가식의 옷, 허세의 옷, 자존의 옷, 도덕의 옷... 사람들은 상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볼 뿐인데도 그것만을 보고도, 그 속에 가려진 알몸은 이럴것이라는 둥 저럴 것이라는 둥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옷은.. 2011. 9. 30. 잃는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것이 단순한 이별이 아닌 앞으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죽음이라는 다른 세상으로의 이별이라면... 그 사람과의 수많은 시간들과 수많은 일들... 생각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을 남기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 보내야하는 그 순간의 감정은... 그리고 이후에 밀려올 터질듯한 슬픔은... 그 이후에 엄습할 소름끼칠정도의 적막속의 두려움은... 외로움은... 그리고 때때로 폭풍처럼 몰아쳐 온몸을 흔들어 놓을 그리움은... 그 지독한 서러움은... 그런 감정이란... 혼자 남겨진 사람이 너무 가엾다. 너무 불쌍하다. 2011. 9. 26. 날씨 날이 좀 더 추워졌으면 좋겠다.아직까지는 더위가 많이 남아있다.확실히 더운 것 보다는 추운 것이 낫고,여름 보다는 겨울이 더 좋다.특히 올 여름은 덥기도 많이 더웠고 비도 징그럽게 많이 왔었다.갑자기 작년 겨울에 내가 뭘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당시 선릉역 주변 원룸에 살았었고,아침엔 한동안 운동을 했었고 또 한동안은 그냥 잠을 잤었다. 점심을 대충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나서는 커피와사람들 역삼점을 갔었고,문 닫는 시간까지 그 곳에 머물렀다.그곳을 나와서는 좀더 늦게까지 문을 여는 커피숍을 찾았었고, 그 곳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낮 시간과 달리 새벽시간에는 일을 했다기 보다는 그 시간, 그 곳의 분위기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을 그냥 즐겼던 것 같다.조금 더 있으면 동이 틀 시간인데도.. 2011. 9. 23. 빈소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그제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날아들었다. 당일 날 간다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나는 약속이 있어서 다음날 집을 나서는 길에 찾아뵙기로 했다. 어제 아침 찾은 빈소는 생각보다는 많이 편안한(?) 느낌이였다. '망자께서 편안한 죽음을 맞으셨구나...' 입 밖으로 꺼내어 묻지는 않았지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흔을 넘기신 어머님께서 천수를 다 누리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다. 갑자기 몇달 전 후배 어머님의 빈소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관광'까지 다녀오시고 나서는, 소화가 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 췌장암 4기. 그로부터 47일, 어머님은 너무 급히 세상을 떠나셨다. 망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이야 말 할.. 2011. 9. 16. 연애, 결혼 ... 힘든 일도 참 많다... 아주 오래전에는 연인이였다가, 그리고 한동안 서로에게 원수였다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편안한 사이가 된 친구가 있다. 가까운 누구에게도 말 하기 힘든 고민도,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치부도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다... 고 생각 할 만큼. 서로의 삶이, 일상 생활이 조금도 겹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는 것일게다. 그 친구가 아는 인연의 범위와 내가 갖고 있는 인연의 범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게다. 그로인해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 받을 수 있어서... 그 친구, 얼마 전 결혼을 했다. 결혼한 사실을 알게된 후로 한번도 연락을 한적이 없다. 그런 친구가 얼마전 늦은 저녁시간에 전화를 했다. '밥이나 사주려고...' 아무리 무뎌진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하.. 2011. 9. 15. Living gallery OMNI CT Bakery 코엑스에 왔다가, 봉은사에 갔다가, 오크 호텔 카지노 맞은편에 있는 Living gallery OMNI CT Bakery 에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했다. 건물이 특이하기도 하고 이뻐 보이기도 해서 그냥 한번 들어 와 봤다. 자리 잡고 앉았는데... 어... 아는 얼굴이 지나간다. 여기서 일 하나 보네... 간단히 아는척을 하자 잠깐 놀라더니 여기 있는거 얘기 듣고 찾아 온거냐고 묻는다. 아무튼 재미있고 반갑네.. 2011. 9. 1. 도화지 어렸을 때 제법 그림을 잘 그렸다.이제 막 입학한 중학교 첫 미술시간,자신의 꿈을 수채화로 그려보란다.난 작업실 안에서 혼자 붓질을 하는 화가를 그렸다.두번째 미술시간, 반정도 완성된 내 그림은 다른 반친구들의 그림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수채화는 맑고 투명한 느낌의 붓터치가 살아있어야 수채화 특유의 투명하고 깨끗한 느낌이 난다.그걸 알리 없는 중1 친구들의 포스터같은 그림들과 내그림은 누가 봐도 확연히 달랐다.선생님은 내 그림을 보고 진짜 너가 그린게 맞냐는 확인 질문까지 했다.그리고는 비록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수채화를 설명하기위한 도구로 수업중에 교실 앞에 전시되기도 했다.다음주 수업에서는 완성작을 보여야한다.수채화가 무엇인지 그 끝을 보여주마... 라고 다짐하면서 한주동안 그림을.. 2011. 8. 30. 코엑스 코엑스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점 반디~ 코엑스점에 오면 말이다. 일때문이건 사람때문이건 그리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함때문이건 오면 좋다. 그런데 오늘은 별루네... 2011. 8. 26. 현재의 자신과 되고싶은 자신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자신은...어쩌면 그 자체로 허상일지도 모른다.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은...항상 현실의 객관적인 자신보다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아니면 부정적이다.과거 어느 한 때의 전성기를 기억하며, 그 때 그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 여기는 착각.지금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 자신은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그래서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허상.그런 착각과 허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허우적 거리다,어느날 문득 거울에 비친, 착각과 허상속의 모습에 비해 왠지 형편없어 보이는 현재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혹시 이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게 되지는 않을까?사실은 그것이 진짜 현재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혹시 이게 진짜...' 라는 가.. 2011. 8. 25. 이전 1 2 3 4 5 6 7 8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