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이 좋다!? 한동안 블로그의 글들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한 적이 있다.블로그에 그리 큰 기대를 갖고 한 고민은 아니지만,그래도 뭔가 주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나름대로의 평을 모아 보는 것이었다.그러던 것이, 언제 부턴가 중지 되고 말았다.아마도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하면서 부터인것 같다.이사하면서 글을 옮기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순서도 뒤죽박죽 되어버리고, 태그도 깨지고....몇번 시도하다가 결국 글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옮기는데... 내가 갑자기 잉여인간이 된 듯한 기분... 그만 두었다.결국 지금 이 블로그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가 되어 버렸다.이사를 하게 되면, 항상 버려지는 것이 생긴다.잃어버리는 것도 생기고.지금이라도 다시 시.. 2011. 11. 28. 의식에 고인 세계 집을 나선 시간은 오후 3시가 다 되어서다.점심때가 지났다며 밥 한술 뜨고 가라는 소리를 뒤통수로 튕겨버리듯 그렇게 집을 나섰다.아침 한때 내렸던 비 때문인지 매일 보던 풍경이 매일 보던 풍경 같지 않았다.한동안의 더위가 남겨놓았던 희뿌연 수증기 같은 것들이 깔끔하게 치워져 어디까지든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투명한 날이다.아직 남아 있는, 조금은 음흉스럽게 보이는 비구름에 햇빛 마저 가려져 눈부심도 없다.원근감이 사라진 2차원의 극단적 선명함만 남은 풍경이다.꽤 쌀쌀한 한기를 머금고 있는 공기가코끝에서 시작하여 폐에 이르는 길목의 모든 세포에 깨끗하고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새로운 에너지는 점막을 뚫고 세포막 사이를 건너 몸 전체로 퍼져간다.절기에 맞지 않는 더위로 인해 찜통속 생크림처럼 흐물흐물 녹.. 2011. 11. 6. 버스안에서 문득... 사람들은 항상 옷으로 몸을 가린다. 벌거 벗은 상태로 누구를 만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의 알몸을 보지는 못한다. 앞에 있는 사람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볼 뿐이다. 다만 상대방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의 스타일을 보면서 그 사람의 알몸을 짐작 할 뿐... 간혹 그 사람이 걸친 옷이 그 사람을 함축적으로 말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옷은 그 사람의 몸을 '가린다'. 또 대부분 옷은 자신을 실제 보다 더 크게 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여러개의 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린다. 체면의 옷, 가식의 옷, 허세의 옷, 자존의 옷, 도덕의 옷... 사람들은 상대의 몸을 가리고 있는 옷을 볼 뿐인데도 그것만을 보고도, 그 속에 가려진 알몸은 이럴것이라는 둥 저럴 것이라는 둥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나 옷은.. 2011. 9. 30. 잃는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그것이 단순한 이별이 아닌 앞으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죽음이라는 다른 세상으로의 이별이라면... 그 사람과의 수많은 시간들과 수많은 일들... 생각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을 남기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 보내야하는 그 순간의 감정은... 그리고 이후에 밀려올 터질듯한 슬픔은... 그 이후에 엄습할 소름끼칠정도의 적막속의 두려움은... 외로움은... 그리고 때때로 폭풍처럼 몰아쳐 온몸을 흔들어 놓을 그리움은... 그 지독한 서러움은... 그런 감정이란... 혼자 남겨진 사람이 너무 가엾다. 너무 불쌍하다. 2011. 9. 26. 날씨 날이 좀 더 추워졌으면 좋겠다.아직까지는 더위가 많이 남아있다.확실히 더운 것 보다는 추운 것이 낫고,여름 보다는 겨울이 더 좋다.특히 올 여름은 덥기도 많이 더웠고 비도 징그럽게 많이 왔었다.갑자기 작년 겨울에 내가 뭘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당시 선릉역 주변 원룸에 살았었고,아침엔 한동안 운동을 했었고 또 한동안은 그냥 잠을 잤었다. 점심을 대충 먹는둥 마는둥 하고 나서는 커피와사람들 역삼점을 갔었고,문 닫는 시간까지 그 곳에 머물렀다.그곳을 나와서는 좀더 늦게까지 문을 여는 커피숍을 찾았었고, 그 곳에서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낮 시간과 달리 새벽시간에는 일을 했다기 보다는 그 시간, 그 곳의 분위기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을 그냥 즐겼던 것 같다.조금 더 있으면 동이 틀 시간인데도.. 2011. 9. 23. 빈소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그제 모임에서 알게 된 분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날아들었다. 당일 날 간다는 다른 분들과는 달리 나는 약속이 있어서 다음날 집을 나서는 길에 찾아뵙기로 했다. 어제 아침 찾은 빈소는 생각보다는 많이 편안한(?) 느낌이였다. '망자께서 편안한 죽음을 맞으셨구나...' 입 밖으로 꺼내어 묻지는 않았지만 내심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흔을 넘기신 어머님께서 천수를 다 누리시고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다. 갑자기 몇달 전 후배 어머님의 빈소를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관광'까지 다녀오시고 나서는, 소화가 되지 않아 찾은 병원에서 받은 진단. 췌장암 4기. 그로부터 47일, 어머님은 너무 급히 세상을 떠나셨다. 망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이야 말 할.. 2011. 9. 16. 연애, 결혼 ... 힘든 일도 참 많다... 아주 오래전에는 연인이였다가, 그리고 한동안 서로에게 원수였다가, 지금은 누구보다도 편안한 사이가 된 친구가 있다. 가까운 누구에게도 말 하기 힘든 고민도,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치부도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다... 고 생각 할 만큼. 서로의 삶이, 일상 생활이 조금도 겹치지 않아서 그럴 수 있는 것일게다. 그 친구가 아는 인연의 범위와 내가 갖고 있는 인연의 범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게다. 그로인해 서로에게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 받을 수 있어서... 그 친구, 얼마 전 결혼을 했다. 결혼한 사실을 알게된 후로 한번도 연락을 한적이 없다. 그런 친구가 얼마전 늦은 저녁시간에 전화를 했다. '밥이나 사주려고...' 아무리 무뎌진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하.. 2011. 9. 15. Living gallery OMNI CT Bakery 코엑스에 왔다가, 봉은사에 갔다가, 오크 호텔 카지노 맞은편에 있는 Living gallery OMNI CT Bakery 에 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주문했다. 건물이 특이하기도 하고 이뻐 보이기도 해서 그냥 한번 들어 와 봤다. 자리 잡고 앉았는데... 어... 아는 얼굴이 지나간다. 여기서 일 하나 보네... 간단히 아는척을 하자 잠깐 놀라더니 여기 있는거 얘기 듣고 찾아 온거냐고 묻는다. 아무튼 재미있고 반갑네.. 2011. 9. 1. 도화지 어렸을 때 제법 그림을 잘 그렸다.이제 막 입학한 중학교 첫 미술시간,자신의 꿈을 수채화로 그려보란다.난 작업실 안에서 혼자 붓질을 하는 화가를 그렸다.두번째 미술시간, 반정도 완성된 내 그림은 다른 반친구들의 그림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수채화는 맑고 투명한 느낌의 붓터치가 살아있어야 수채화 특유의 투명하고 깨끗한 느낌이 난다.그걸 알리 없는 중1 친구들의 포스터같은 그림들과 내그림은 누가 봐도 확연히 달랐다.선생님은 내 그림을 보고 진짜 너가 그린게 맞냐는 확인 질문까지 했다.그리고는 비록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수채화를 설명하기위한 도구로 수업중에 교실 앞에 전시되기도 했다.다음주 수업에서는 완성작을 보여야한다.수채화가 무엇인지 그 끝을 보여주마... 라고 다짐하면서 한주동안 그림을.. 2011. 8. 30. 코엑스 코엑스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서점 반디~ 코엑스점에 오면 말이다. 일때문이건 사람때문이건 그리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함때문이건 오면 좋다. 그런데 오늘은 별루네... 2011. 8. 26. 현재의 자신과 되고싶은 자신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자신은...어쩌면 그 자체로 허상일지도 모른다.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은...항상 현실의 객관적인 자신보다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아니면 부정적이다.과거 어느 한 때의 전성기를 기억하며, 그 때 그 모습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 여기는 착각.지금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 자신은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그래서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허상.그런 착각과 허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허우적 거리다,어느날 문득 거울에 비친, 착각과 허상속의 모습에 비해 왠지 형편없어 보이는 현재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혹시 이것이 자신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게 되지는 않을까?사실은 그것이 진짜 현재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혹시 이게 진짜...' 라는 가.. 2011. 8. 25. 어제, 아니 그제 버스안 풍경 오십을 훌쩍 넘겼을 법한 한 남자가 아주 시끄럽게, 그러나 자기 딴에는 호탕하게 보일거라는 착각에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술한잔 하자고, 좀 있다 도착하니 나오라고... 각자 소주 한병씩만 빨자고... 애걸복걸이다. 저러다 거절당하면 무슨 개망신. 사십대 중반 즈음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자. 그러나 옷 차림은 이쁜 반팔티에 반바지, 그리고 알록달록한 운동화. 영락없는 중딩이다. 기둥에 기대어 있는 자세는 딱 초딩이다. 얼굴은 말상에 머리는 언제 염색을 했는지 울긋불긋... 다행이 금새 내렸다. 내 앞에 아가씨... 얼굴은 나가요 같은데 옷차림은 제법 정숙하다. 앉은 자세는 잠 한숨 늘어지게 잘 기세인데, 표정은 아니다. 친구에게 술 마시자고 조르던 남자, 결국 친구에게 거절당했다. 버스에 내려 길.. 2011. 8. 25. 행복해 지는 법 나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마찬가지란다... 잘나려고 애쓰는 마음도, 못났다싶어 움츠려드는 마음도, 실체와는 거리가 먼 허상이라네... 잘나려 애쓰지도 말것이며, 못났다 자책하지도 말란다. 숲의 나무들이, 발 밑의 잡초들이, 화사한 꽃들이 스스로 잘났다 못났다를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듯이, 나 역시 이 모습으로 그냥 존재 할 뿐이란다. 숲의 나무와 발 밑의 잡초와 화사한 꽃들이 그냥 그렇게 존재하면서 자연의 일부로서 해야 할 역할에 꾸준하듯, 나 역시 지금 이 모습으로 존재하며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면 된단다. 잘하려 애쓰지 말것이고, 못했다 마음고생할 필요 없단다. 해야 할일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한 만큼만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살면 된단다. 그렇게 하.. 2011. 8. 21. 구경거리의 세계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모두 다 진짜가 될꺼야! 소설 1Q84 서문의 내용이다.원래는 어느 팝송 가사인걸로 알고 있다.볼 때 마다 맞는 소리 같다.어쩌면 저 노래말을 지은 사람은 불교 신자 일지도 모른다.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처음 부터 끝가지 모두 다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내가 보고 느끼는 이 세상 모든 것은내 마음으로 일어난 것.기쁘고 즐거운 마음원망 스럽고 노여운 마음간절히 보고싶은 마음괴롭고 서러운 마음모두가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그러나 마음은 원래 실체가 없다.순간순간 일어나고 사라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할 뿐,처음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영원히 있을 것도 아니며,순간의 존재 조차도 실체 없이 존재하는,그래서 존재 하지 않는 것과 같다.. 2011. 8. 21. 곡선이 이긴다. 직선의 삶과 곡선의 삶을 다룬 것으로 여겨지는(?)책...의 저자의 강연을 듣고 왔다.저자외에도 몇분의 짦은 강연과 대답이 으로 구성된 책 발표회(?) 같은 분위기였다.좋고 나쁨이 중요하다는 준오헤어 대표의 말이 새삼스레 기억에 남는다.호탕해서 좋은 것이 아니고, 좋으니까 호탕한거다. 싫으면 무례하고 시끄러운거고.. 소심해서 싫은것이 아니고, 싫으니까 소심한거다. 좋으면 차분하고, 세심한것이다.상대가 갖는 성격적 특성보다 나의 주관적 좋고나쁨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45도 까지만 목을 들 수 있는 돼지는 보통의 자세에서는 하늘을 보지 못한다.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단다... 그러니 넘어져도 된단다... ... 우리가 돼지?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견딤...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2011. 5. 3.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