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는 왼쪽 어깨 위에서 빛이 난다고 마녀는 말했다. 그것이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알아 볼 수 있는 표지라 했다. 적어도 달의 전승에 있어서는. 과거 하나의 영혼이었다가 남자와 여자, 둘로 나누어진 자신의 반쪽, 소울메이트. 인간은 누구나 다시 그 반쪽을 만나야 완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까지 왼쪽 어깨 위의 빛을 본 적이 없다. 아무에게나 보이는 빛은 아니겠지,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왼쪽 어깨위에 빛이 있었던, 그러나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해 지나쳤던, 과거의 소울메이트, 과거의 그녀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의 그녀들 중 누가 나의 소울메이트였는지 여전히 구분하지 못 한다. 언제가 내 앞에 나타게 될 미래의 소울메이트 그러니까 미래의 그녀, 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나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까. 어떤 표지를 확인해야 하는지 알았지만 그 표지, 그러니까 왼쪽 어깨위의 빛, 그 빛을 나는 볼 수 있을까.
나는 이해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에 이미 익숙해졌다. 나의 눈은 존재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설명 될 수 있는 것을 본다. 시각세포에 닿은 자극이 신경을 타고 머리속 어딘가로 향한다. 자극은 미로 같은 신경세포의 망속에서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다음 단계로 통과 할 수 있는 자격을 검증 받는다. 이 자극은 우호적이야. 통과. 이 자극은 매번 통과 되던거네. 통과. 이 자극은 나와 많이 다르군. 차단. 이 자극은 내가 틀렸다는 소리잖아. 차단. 차단. 이 자극은 익숙하지 않아. 차단. 또 차단. 이 자극은... 누가 믿을까? 차단. 이 자극은 어디로 연결 해야 되는거야? 골치아파. 차단. 차단. 차단.
그래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설명될 수 있는 것만, 상식적인 것만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인간은 존재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되었다. 그 외의 것들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를테면 왼쪽 어깨위의 빛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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